당신은 인과관계가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취향입니다. "그래서? 그게 왜 그렇게 됐는데?"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죠. 마치 if-then 구문이 골수 깊이 박힌 엔지니어와 같다고나 할까요. 질서정연하지 않은, 장황한 감정에 의존하는 순정 만화 영화 소설은 당신이 좀처럼 가까이 하기가 힘들 겁니다.
"공각 기동대"의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 임무 달성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 군인. 쿠사나기 소령의 철두철미함과 냉혹한 결단력은 당신 취향의 이상형입니다.
당신은 너무 흔하고 뻔한 것에 쉽게 싫증내는 비주류 지향입니다. 매일 똑같은 광경이 펼쳐지는 멜로 드라마, 매일 똑같이 성형한 연예인들이 나오는 TV 광고, 매일 똑같은 멜로디와 창법의 발라드 노래, 당신에겐 모두 짜증나는 것들입니다. 도대체 이런 똑같은 것들을 지겨워 하지도 않고 즐겨 보는 사람들은 제정신일까 궁금합니다.
현실 세계에선 '까다로운' 비주류일지 모르지만, 인터넷 시대에 당신 같은 부류는 주류가 될 수 있습니다. 지루하고 개념없는 대중에 반항적인, 현실에 불만 가득한 사람끼리 모여 영향력을 발휘하고, 무개념 인간들을 조롱할 수 있을테니까요.
좋아하는 것 간결하고 논리적이고 특이한 것이 좋습니다. 딱 부러지게 예를 들자면 SF 소설이죠. 물론 SF 소설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SF 소설의 상당수는 장황하게 길기만 하니까요. 취향이 상당히 특이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지만, 의외로 대중적인 영화 소설 음악에 끌리기도 합니다.
사실 이렇게 보면, 특별히 당신의 취향에 시금석 같은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은 뭔가 새롭고 독창적일 것, 그러나 당신이 아는 상식과 논리에 벗어나지 않을 것. 이 정도 조건이면 당신이 좋아하는 것에 근접할 수 있을 겁니다. 가령, 다음과 같은 광고 정도면 괜찮을까요?
저주하는 것 비논리, 비이성, 군중심리, 이유도 묻지 않는 따라쟁이들, 오빠부대. 당신이 저주하는 것들입니다. 물론 당신 취향만 특별히 저주하는 것은 아닐테지만 말이죠.
사실 당신은 특별히 어떤 취향을 혐오하거나 멸시하지 않는 편입니다. 저주도 관심이 있어야 하는데, 당신은 남들이 뭘 좋아하는지에 크게 관심이 없거든요. 남들이 뭘 하던 당신은 기본적으로 무관심한 편입니다. 문제는 남들이 관심없는 취향을 당신에게 들이밀 때죠. 상호존중의 원칙만 지켜진다면 당신은 그저 평안히 세상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말씀드렸듯, 본 테스트는 전통적인 '좌파-우파 수평선'이 가지고 있는 결함을 보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만약 위와 같은 수평선을 본질적으로 경제적인 좌표로 인식한다면 안될 것은 없겠죠. 예를 들어 완전통제경제에 헌신했던 스탈린이나 마오쩌둥, 폴포트같은 이들은 맨 왼쪽에 위치하게 될테고, 마하트마 간디나 로버트 무가베같은 사회주의자들은 덜 극단적인 왼쪽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마가렛 대처는 오른쪽을 훨씬 넘어설 것이고, 맨 왼쪽에는 궁극적인 자유시장주의자인 피노체트 장군이 위치하게 되겠죠.
하지만, 정치에서는 경제적인 차원뿐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 역시 매우 중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문제는 단순한 좌파-우파 수평선은 이를 반영해내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극단적인 권위주의자에서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를 범위로 하는 사회적 축을 추가했습니다.
적합한 정치성향 분석을 위해서는 경제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이 모두 고려되어야 합니다. 사회적 차원을 추가함으로써, 우리는 스탈린은 권위주의적 좌파ㅡ국가가 개인보다 더 중요하다는ㅡ이며, 개개인의 가치를 궁극적인 것으로 믿는 간디는 자유주의적 좌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역시 자유시장을 위해서 대량학살을 승인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피노체트는 하드코어적인 권위주의자로써 맨 오른쪽에 위치하게 됩니다. 비(非)사회주의 쪽에서 보자면, 사회적 이유보다는 재정적인 문제에 있어서 반정부적이었던 밀튼 프리드만과 같은 경제학자는, 국가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인류의 절반을 쓸어버리는 것도 불사하려 했던 히틀러과 같은 인물과 구별될 수 있을 것입니다. (註: 김정일은 권위주의적 좌파, 문익환 목사는 자유주의적 좌파, 박정희나 전두환은 권위주의적 극우파, 고려대학교의 장하성 교수는 자유주의적 우파에 해당하겠죠.)
본 차트는 일반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파시즘의 반대는 공산주의가 아니라 무정부주의ㅡ자유주의적 사회주의ㅡ이며, 공산주의ㅡ완전한 국가계획경제ㅡ의 반대는 신자유주의ㅡ극단적인 탈규제 경제ㅡ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무정부주의에 대한 이해는 앤 랜드ㅡ작가ㅡ나 밀튼 프리드만, 그리고 미국의 자유당과 같이 대부분의 사회적 이슈들에 있어 정글주의 우파경제학의 법칙과 자유주의적인 포지션을 결부시켜 생각하는 신자유주의적 "무정부주의"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종종 그들의 자유주의적인 욕구들은 그러한 상충됨으로 인해 위축되어, 실질적으로는더욱 경제적으로 되어ㅡ예를 들자면 세금 철폐와 같이ㅡ극좌이면서도 극우와 별 다를 바 없어지기도 하는데 말이죠. 한편으로는, 고전적인 자유주의적 집산주의자들, 즉 무정부주의적 생디칼리즘ㅡ자유주의적 사회주의ㅡ은 왼쪽 아래 코너 밑 부분에 속하게 됩니다.
로버트 무가베나 폴 포트, 그리고 스탈린과 같은 사례를 보면, 권위주의자들이 꼭 "우파"여야 한다는 신화는 뒤집어져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히틀러 역시, 경제적인 척도에서 보면, 극우파는 아니었죠. 히틀러의 경제정책은 광범위하게 케인즈주의였으며, 오늘날의 (유럽의) 일부 노동당들보다 왼쪽이기도 하였으니까요. 만약 우리가 히틀러와 스탈인을 마주앉게 하고 경제학이란 주제를 피하게 한다면, 두명의 완고한 권위주의자들은 수많은 공통점들을 찾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political compass'에서 당신의 위치입니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본 테스트를 해본다면,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음을 알게 되지 않을까요.